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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사람을 생각합니다.
01. 생각에 관한 생각

#2. 마라톤 10km 완주, 그리고 도전

by WE DONE IT. 2019. 11. 3.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는 늘 두려움 또는 가볍게 여기는 오만함이 숨어있다.

그 중 하나가 나에게는 '달리기'였다. 학창시절 체력검사로 오래 달리기를 하고나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강렬했던 탓인지도 모른다. 달리기, 러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사람은 달리기에 최적화된 몸이라는 글을 보았다. 수 억년 동안 인간은 생존을 위해 걷고 달려왔다는 게 주된 논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몸을 위해서 일부러 달리는 게 체력과 두뇌 활동 등에 좋다는 내용이었다. 일리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 집 근처 가까운 공원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니가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이루고 싶은 것이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다.
네가 후반에 종종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귀가 더딘 이유.

모두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암함을 찾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

드라마 '미생'은 보지 않았지만, 우연히 본 이 장면은 꽤 인상 깊고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사람은 마일스톤(milestone)처럼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그나마(?) 행동하는 몸인지라, 10km 마라톤을 덜컥 등록했다. 대회에 함께 참여할 동료들도 모집했다.

 

어쨌든 시간은 흐렀다. 

대회 이주 전 일주일에 2번 이상 5km를 달리기로 다짐했다. 다짐은 다짐일뿐 다짐으로 그쳤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대회 전날이 가다왔다. 욕심은 버리고 완주만 하자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자기 전에 근육테이프를 붙이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설레는 마라톤 출발 1분 전 대기선

1. 나의 페이스메이커(face maker) 따윈 없다.

모두가 나보다 빠르다. 나의 페이스는 1km에 7분 컷 정도였다. 페이스 메이커를 찾아 그 사람을 보면서 따라가면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웬걸. 대회 당일에는 모두가 나보다 빨랐다. 덩달아 나도 페이스가 빨라져 금방 숨이 차게 되었다. 

2.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1시간동안 달리기만 하는 건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다. 마라톤을 하는 동안은 논리적인 생각을 하기 어렵다. 사람은 단순하기 때문에 당장의 고통과 행동에 집중하느라 생산적인 사고방식을 하기 어려웠다. 지루하면 어쩌나 걱정하며 로또에 1등 당첨됐을 때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려고 했으나, 괜한 걱정이었다. 잡생각은 사라지고, 숨 고르기와 저기까지만 달려보자는 눈 앞의 목표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렇다. 마라톤 하는 동안 아무런 생각이 사라진다. 

3. 마라톤 후에는 머리가 아프다.

마라톤하고 집에 도착할즘 머리가 아프기 시작된다. 지끈 지끈한  반나절은 지속됐다. 한숨을 자고 일어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 체력 이상의 운동을 한 탓에 몸이 놀란 것 같다. 이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으로는 카페인을 끊는 게 있다곤 하지만, 직장인들의 생명수 아메리카노를 끊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냥 머리 아프기로 한다. 

+ 두 번째 마라톤에서는 생각보다 두통이 약했다. 이것도 몸이 적응하나 보다. 

4. 생각보다 할 만 하다.

앞 뒤 안가리고 직접 경험해봐야지 직성이 풀리는 성격 (천둥벌거숭이st)

약 1시간동안 달리기만 한다는 건 지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라톤 당일에는 로또 1~3등, 연금복권 1등이 당첨됐을 때에 대한 시나리오를 10분간 해야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었다.

 

현실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막상 달리기가 시작하자 '도대체 언제 끝나'가 8할, 나머지 생각들은 '다들 정말 잘 뛴다'와 10초마다 'Nike Running Club 어플로 현재 달린 거리 확인하기'였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할 만 하다. 마라톤 끝나고 든든한 아침을 먹고 해산 후, 낮잠을 자면 또 다시 일상이 가능해 진다. 마라톤을 조금씩 운동을 한 덕분에 근육통도 심하지 않았다. 

5. 성공하는 경험은 소중하다.

마라톤을 하기 전까지 나의 목표는 '완주'였다. 내가 정말 10km를 달릴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도 않았다. 몇 분 안에 완주를 한다고 목표를 세운다 하더라도 실패할가 두려웠다. 내가 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마라톤을 통해서 '하면 되는구나'를 경험했다.

결과적으로는 완주를 했고, 기대보다 결과도 잘 나왔다. 마라톤을 통해서 '하면 되는구나'를 경험했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0. 천둥벌거숭이가 되야겠다.

지코의 '천둥벌거숭이' 노래를 들으면서 누군가가 나를 천둥벌거숭이라고 표현한 게 생각났다. 

 

천둥-벌거숭이 철없이 두려운 줄 모르고 함부로 덤벙거리거나 날뛰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마라톤 완주를 도전하며 나온 결론은 '평생토록 천둥벌거숭이가 되자'

철이 든다는 건 두려움과 책임감이 늘어난다는 것을 잘 포장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기와 낯선 도전이 필요하다. 도전과 두려움은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그러므로 나는 오래도록 천둥벌거숭이가 되고 싶다.

나의 작은 소망이자 인생 목표-!

 

(인생) 추월금지. 각자의 보폭에 맞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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