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SS의 세 번째 탈바꿈, 그 변화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을 살펴보자
토스에는 크게 세 단계의 큰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 - 혁명적인 간편 송금 서비스의 등장 , 두 번째 -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의 연동, 그리고 지금
세 번째 탈바꿈에는 앞선 두 단계의 변화처럼 기능적으로 큰 혁신은 아니었지만, 시각적인 변화와 서비스 주요 기능의 컨셉에 대한 변화가 있었다.
최근 변화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 새로워진 토스 (출처: TOSS 공식 홈페이지)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토스의 간편한 송금 서비스에 반해서 가입 이후 쭉 애용하며, 주변에도 많이 극찬하며 추천했던 서비스이다.
토스가 큰 투자를 받고 유니콘 기업이 되었을 때도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파격적인 연봉인상과 1억원 스톡옵션을 주었을 때도 응원하는 마음이 컸다. 물론 지금도 어떻게 성장할지 내심 궁금하고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허나, 최근 변경된 TOSS의 정책은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서 생각을 정리할겸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개인적인 이용 패턴을 토대로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 글임을 밝힙니다.
변경된 '무제한 무료 송금' 정책
1. 통장 분리는 다른 은행앱에서 하자
토스의 무제한 송금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연락처 송금' 뿐이다. 따라서 토스를 통해서 통장 분리(계좌 분리)를 하는 게 제한적인 것은 물론이며, 무료 송금 서비스를 이용해서 통장 분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이 방법은 무제한 무료 송금 서비스가 갑자기 사라지고, 5회 횟수 제한이 있었을 때 내가 이용했던 꼼수(?)이다.
- 토스에서 내 계좌번호를 입력하여 송금하기
- 송금 프로세스 완료 후, 카카오톡에서 '나'에게 토스 송금 완료 메시지 보내기
- '나'에게 보낸 링크를 클릭하여 열리는 브라우저에서 내 계좌번호 입력하기
- 나의 다른 계좌로 송금 완료!
토스에서 개설한 계좌를 통해서 무제한 무료 송금이 생긴 뒤로는 이 방법을 더이상 이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도 '나의 다른 계좌'에 무제한 무료 송금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연락처 송금은 반드시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 적어도 다른 디바이스여만 한다. 연락처 송금으로 보낼 경우, 전송된 링크는 앱으로 이동된다.
따라서 '송금 완료 알리기' 서비스로 카카오톡에 링크를 보낸 뒤, 링크를 클릭하더라도 브라우저가 아닌 토스 앱으로 이동한다. 더 이상 내 계좌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토스팀에서는 이 프로세스를 의도하거나 원치 않았더라도, 사용자는 이 홀(hole) 덕분에 무료 송금 5회 제한이 있었을 때도 이탈하지 않고 꾸준히 이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토스로 송금한 덕분에 '송금 == 토스'라는 인식이 생길 정도로, 토스 의존도가 높은 사용자가 되었다.
이렇게 토스 이용 횟수가 높다보니, 소액 투자 같은 새로운 기능이 생겼을 때 바로 알게 되었고 호기심에 다양한 여러 금융 서비스들도 함께 이용하는 헤비 유저(heavy user)가 되었다.
토스를 통해서 이체하는 데 나름의 치트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주변에도 많이 홍보하고 권유하는 토스 애찬론자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계좌에서 다른 내 계좌로 이체할 땐, 반드시 무료 송금 10회 내에서만 이체할 수 있다.
물론 11회부터는 이체 수수료 500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지만, 이미 대부분의 은행 앱에서는 무료 송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이제는 송금 수수료를 낸다는 게 무척 아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토스 업데이트날과 월급날이 같았던 이번 주 금요일, 혼란스러웠다.
이전에는 월급 통장에서 토스에서 계설했던 신한금융투자 계좌로 월급 전액을 옮긴 뒤,
1) 신용카드 선결제가 빠져나가는 은행들
2) 비상금을 보관하는 계좌
3) 적금 자동 이체 계좌
4) 체크카드 출금 계좌
등 여러 계좌로 돈을 분리했었다.
개인 계좌를 분리할 때만 해도 최소 3번, 평균 5번의 이체가 필요하다. 허나, 이제는 나의 다른 계좌로 무제한 무료 송금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기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최소한의 횟수를 계산하고 최적화한 뒤 이체를 해야 한다.
토스 덕분에 개인 계좌 관리를 부담없이 편하게 할 수 있었었다. 지금은 송금 정책이 변경되어, 자연스럽게 메인 금융 서비스를 토스에서 무료 송금을 지원하는 인터넷 은행으로 옮기게 되었다. 인터넷 은행 앱의 이체가 토스만큼 편리하진 않지만, 송금 수수료 500원을 내면서 토스 송금을 이용할 만큼 불편하진 않다.
핀테크의 발전과 은행들의 반성(?)으로,
이제는 송금 수수료 500원을 낸다는 건 마치 대중교통 비용을 현금으로 내어 환승을 할 수 없는 것처럼 피치 못한 상황에서만 지불해야하는 금액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증권사와 제휴가 끝나면 이런 편리한 혜택들도 사라지겠구나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체 애정했던 기능이 사라져버리니 아쉬울 따름이다.
2. 이제 토스를 통해서 이체하는 건 민폐일 수 있다.
'연락처 송금'을 이용하면 문자(기본 발송)와 카카오톡(송금 완료 알리기를 클릭하여 선택적으로 발송)을 통해서 이체된 금액을 받으라고 알림을 보낸다.
기존에는 토스 앱이 설치되어 있지 않더라도, 직접 계좌번호를 입력하여 이체된 금액을 원하는 계좌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변경된 지금은 무조건 앱으로 이동된다. 즉 토스 유저가 아니면 이체된 금액을 받을 수 없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림] '연락처 송금' 링크 클릭 시, 앱스토어로 랜딩되어 토스 앱 설치 유도
토스 앱이 설치되어 있다면, 브라우저가 아닌 토스 앱으로 이동한다. 토스 앱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앱스토어 또는 구글스토어로 이동하여 설치를 유도한다.
기존에는 토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카카오뱅크처럼 직접 계좌번호를 입력하여 송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토스로 송금하는 사람도 상대방의 토스 사용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토스에 가입만 하고 이용하지 않는 사용자 포함) 부담없이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토스 앱으로 랜딩되기 때문에, 토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토스로 송금을 보낸다는 건 다소 무례할 수 있다.
서비스 초창기에는 토스 사용자도 적고 인지도도 낮기 때문에, 비회원도 송금을 받을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춘 건 서비스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지금은 TV 광고도 하고, 금융 분야 어플에서 설치/다운로드 등 각종 1위를 할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
그렇다고 토스 회원만 송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바뀌는 건, 토스라는 브랜드가 주었던 편리한 경험(a.k.a 브랜드 경험)과 다소 상충되는 느낌이 강하다.
3. 이체하기 전, 세 번 고민하기
이처럼 개인 계좌로 무료 이체할 수 있는 횟수는 무제한에서 최대 10건으로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연락처를 통해서 송금을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토스로 보내도 되는지 확인을 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는 간편하게 송금을 했다면 지금은 확인해야하는 체크리스트가 늘어난 기분이다.
- Q1. A 계좌에서 B 계좌로 이체할 때, 이 금액이 이체 횟수를 줄이는 가장 최적의 금액인가?
(나중에 보낼 금액도 한번에 보내기, 미리 예상하고 여분의 금액까지 함께 보내기 등) - Q2. 10회밖에 없는 소중한 무료 이체인데, A 계좌에서 B 계좌로 이체할 때 꼭 토스를 이용해야 하는가?
(인터넷 은행을 통해서 이체하는 방법을 우선 모색함, 토스 자동 이체 빼버림) - Q3. 다른 사람에게 연락처로 송금할 때, 상대방이 토스를 이용하는가?
4. 꼭꼭 숨겨놓은 불편사항
토스가 전체적으로 리디자인 뿐만 아니라 가장 주요 기능인 송금까지 정책이 변경되어서, 바뀐 토스 앱을 마주했을 때 당황스러웠다. 특히 무제한 무료 송금이 아닌 '무료 송금 10회'라는 문구를 마주했을 땐 믿기 어려워 1:1 문의, 앱 공지사항, 공식 홈페이지 공지사항 등을 뒤져보았다.
하지만 안내되는 건 오직 아래와 같은 설명이었다.
토스 송금 수수료 정책입니다.
1. 계좌 송금, 토스머니 옮기기 월 10회 무료 (11회째부터 건당 500원)
2. 연락처 송금 무제한 무료
3. 토스머니 채우기 무제한 무료
(2019. 02. 01 기준)
* 현재 확인한 공식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은 설명이 약간 추가되었다. (2019. 02. 03 기준)
송금 정책 변경 내용
변경 후
- 계좌 송금 월 10회 무료 (이후 건당 500원 부과)
- 연락처 송금 무제한 무료
- 토스머니 채우기 무제한 무료
변경 전
- 연락처 또는 계좌 송금 월 5회 무료 (이후 건당 500원 부과)
- 토스머니를 통한 송금 무제한 무료
- 토스에서 개설한 계좌를 통한 송금 무제한 무료
- 토스머니 또는 토스에서 개설한 계좌 채우기 월 3회 무료 (이후 건당 500원 부과)
코멘트를 덧붙이며
예전에 애용했던 카카오톡 실시간 문의를 통해서 변경된 송금 정책을 정확히 확인하고 싶었다. 허나, 카카오톡 문의도 사라지고 1:1 문의도 실제 상담원이 아닌 챗봇으로 대체되었다. 상담원 문의는 아무래도 직접 전화할 때만 가능한 걸로 변경된 거 같다.
문의 전화가 밀려 내 전화를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심리(가용 휴리스틱 편향)가 있어서 전화 상담은 꺼려지곤 한다. 그래서 카카오톡 상담이 반가웠고 궁금한 점을 바로 해결할 수 있어서 무척 감동이었는데, 그 채널이 사라져서 서운한 마음이 크다.
새로워진 토스에 대한 안내 페이지 또한 사라진 기능에 대한 언급보다는 개선된 내용들만 가득하다. 카카오톡 직접 상담이나 토스머니 무제한 무료 송금 등의 서비스가 사라졌다는 명시적인 안내도 없어서 아쉬웠다. (참고: 새로워진 토스 소개글 바로가기 )
리뷰를 마치며,
프로덕트 디자이너(product designer)는 서비스의 방향성, 사업성, 사용자 등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입장과 관점을 고려하여 서비스 정책과 UX를 고민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토스의 변화가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건 아니다.
나도 모르게 실무자의 입장에 감정이입되어, 이 프로젝트를 위해 고생했을 토스팀의 노고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토스도 이제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며 납득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사용자 관점에서는 토스의 급진적인 변화가 조금 더 친절했더라면 이 변화에 대한 반감보다는 응원하는 마음이 더 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사용성 측면에는 개선된 부분들이 많다.
송금하는 프로세스 뎁스를 크게 두 단계(금액 입력 > 최근 송금한 이력 또는 연락처 또는 계좌번호 직접 입력)로 줄임으로써 토스가 지향하는 '편리한 송금'과는 미시적으로 부합할 수 있다.
이전 토스의 모습은 새로운 기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다보니 급하게 메뉴를 추가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리디자인된 토스는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정돈되고 잘 구조화된 느낌을 주고 있다. 곳곳에 숨은 애니메이션과 디테일한 인터랙션에서 토스팀의 고뇌와 고민의 흔적들도 느껴졌다.
시각적으로 잘 정돈된 느낌과의 별개로 사용성 측면에서 실제 사용자의 멘탈 모델과 부합하는지는 조금 더 이용해봐야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나 송금에 대한 자유도가 낮아져서 아무래도 계좌 잔액을 확인할 때 주로 이용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용상과 사용자 경험은 동의어가 아니다.
토스가 강조하는 단편적인 송금 프로세스에 대한 사용성은 사용자 경험의 일부분이다. 심미성도 사용자 경험의 일부분일 뿐이다.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은 단일 프로세스와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체 프로세스에 대한 사용성(usability), 이해 관계자(stakeholder), 맥락(context), 외부 요인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토스의 리디자인이 아닌 송금 정책 변경이 주는 내 위주 사용자 경험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다.
나 또한 서비스를 설계하거나 정책을 수립할 때 토스의 변화가 주는 시사점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여 고객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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